'살얼음판' 비트코인…정체성 논쟁 재점화

입력 2022-02-09 17:34   수정 2022-02-17 15:15

“나는 암호화폐 대신 암호토큰(crypto-tokens)이라고 부르겠다. 법으로 보장돼야 화폐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비트코인은 또 다른 위험자산의 하나일 뿐이다. 장 좋으면 오르고, 나쁘면 내리는….” (스위스 투자 매니저 비트 누스바우머)

비트코인 가격이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새삼 가열되고 있다. 블록체인업계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해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하고, 전통자산과의 상관관계도 낮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가격 흐름은 미국 나스닥시장과의 동조화가 뚜렷하다. 9일 오후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5200만원대에 거래됐다. 전날 5500만원대를 찍었다가 한풀 꺾였지만, 1주일 전과 비교하면 16.39% 올랐다. 급락 후 반등한 나스닥지수 흐름과 닮았다. 암호화폐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기업 주식을 80% 이상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발키리 비트코인 마이너스 ETF’가 8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속 유보하면서 일종의 우회로로 설계된 상품이다.

업계는 비트코인 반등의 원인을 주식시장에서 찾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내놓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실적 발표를 마친 S&P500지수 편입기업의 76%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을 냈다.

김재학 다인인베스트연구소 연구원은 “1월 조정 기간에 매도 포지션(하락 베팅)이 늘어난 상황에서 반등이 지속됐다”며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 공매도 물량 되사기)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닉 누빈 수석투자전략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줄을 죄고 금리를 올리면 투자처로서 암호화폐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쟁글은 보고서에서 “기관들은 인플레이션 헤지나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떠나 암호화폐를 투자자산의 일종인 위험자산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과 기관투자가의 진입을 ‘쌍끌이 호재’로 삼아 활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에는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체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들썩이는데도 코인값은 되레 떨어졌다.

외신들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큰손이 시장에 가세한 것이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의 잠재적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개인투자자 중에는 디지털자산에 강한 믿음을 가진 열성팬이 적지 않지만, 기관들은 그런 애정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CNN은 “많은 기관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대할수록 비트코인은 다른 투자자산과 밀접해진다”고 했다. 시장이 약세일 때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위험한 자산부터 정리한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해외 기관투자가는 암호화폐를 채택하기 힘든 요인(복수응답)으로 가격 변동성(54%), 펀더멘털 부재(44%), 시장가격 조작(43%), 법·제도 부재(39%) 등을 꼽았다. 물론 이런 측면은 2009년 태어나 ‘이제 13세’인 비트코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CEO)는 “기관들의 채택이 늘어나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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